연말 대선이 삼각구도로 정리된 지 1주일만에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2위 다툼이 치열한 혼전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역정서」가 주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실시한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조사 결과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열할을 한 곳은 대구 경북(TK)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MBC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TK지역에서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은 1주일 만에 30%대에서 43.9%로 급상승한 반면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는 40%대로 1위를 달리다가 22.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조사에서도 이 지역의 이회창후보 지지율은 50%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역전현상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이 지역 유권자들이 「청와대의 국민신당 지원설」과 민주계인사들의 국민신당 입당러시에 영향을 받아 이인제후보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부산 경남(PK)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이인제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약간씩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이인제후보 지지율은 1주일전의 38.3%에서 35.6%로 낮아졌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의 지지도도 20.4%에서 13.2%로 1주일만에 7.2%포인트 하락했지만 이회창후보는 변화가 없었다. 또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TK PK지역의 부동층이 10%대에서 20%대로 10%포인트 가량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대선후보간의 상호비방과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철회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특히 영남권에서 부동층이 늘어난 것은 이 지역 유권자들이 두 이후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더욱이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던 이인제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미뤄 이인제후보 지지자들이 부동층으로 선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충청권에서는 「DJP연대」가 뒤늦게 효력을 발휘하는 듯 김대중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이 지역에서 김후보의 지지도는 1주일만에 5.5%포인트 상승, 29.7%가 됐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김후보가 39.2%의 지지도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지역에서 줄곧 우위를 차지했던 이인제후보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회창후보는 조사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또한 영남권과 마찬가지로 충청권의 부동층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민주당 조순(趙淳)총재가 강세를 보이던 강원도지역은 이―조연대의 영향 때문인 듯 이회창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및인천 경기지역에서는 이회창후보 지지도가 대체적으로 올라간 것으로나타난반면 김대중 이인제후보의 지지도는 조금씩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