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가 막판 암초에 걸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6일 3당 총무회담에서 재정경제위의 법안 표결시 회의장 퇴장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당은 13개 금융개혁법안 중 한국은행법개정안과 통합금융감독위 설치법안 등 두 법안의 내용에 반대하지만 표결처리를 막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양당의 표결불참 가능성 표명으로 17일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이들 법안의 국회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재경위소속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실제로 회의장에서 철수할 경우 신한국당과 민주당도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행 등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표결처리하기가 어렵다는 게 신한국당 목요상(睦堯相)원내총무의 설명이다.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법안의 표결회부시 퇴장방침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양당의 법안처리 대응전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표결당일 양당 의석을 뺀 신한국당 등 나머지 의석수가 찬성의결 정족수에 미달하면 무조건 퇴장한다는 것이 양당의 방침이다. 그러나 양당 의원들이 없어도 충분히 찬성의결 정족수에 도달할 경우 퇴장할지, 아니면 반대토론을 벌인 뒤 표결에 참여할 지는 17일 오전 양당이 간부회의에서 최종 결정키로 한 상태다. 현재 재경위의 각 당 의석수 분포는 신한국당 14, 국민회의와 자민련 13, 민주당 2, 국민신당 1석이다. 따라서 신한국당과 민주당을 합치면 16석으로 전원 참석시 찬성의결 정족수가 되지만 신한국당 내에서도 두 쟁점법안에 대해 처리연기 주장이 나오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처럼 신한국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표결참여 여부에 대해 불명확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금융개혁 법안의 국회통과가 가져올 사회 경제적 파장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3개 금융감독기관 직원들은 이들 법안이 처리될 경우 동시 총파업은 물론 법안통과에 협조한 대선후보의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신한국당이 뒤늦게 금융감독위의 관할권을 재정경제원에서 총리실로 원상회복하는 절충안을 추진중이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은 등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금융개혁법안의 핵심쟁점인 금융감독기관의 통합 반대 및 한은으로부터의 은행감독권 분리안 백지화 등 양당의 주장이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또 이런 쟁점들이 금융개혁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이번 회기에는 나머지 11개 법안만 처리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결국 17일 재경위의 표결처리 여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방침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