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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고창근/정말 벤처기업을 키우려면…

입력 | 1997-11-17 07:52:00


심각한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법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21세기 정보시대에 걸맞은 벤처기업의 육성을 지목했다. 온 나라가 벤처 신드롬에 빠져 있다. 지방은 지방대로 테크노파크를 짓는다, 입주자에게 월세를 안받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토록 해주겠다 등등. 다 좋은 얘기다. 그런데 언제 우리가 테크노파크가 없어서, 벤처빌딩이 없어서 기술개발이 안되고 세계적 발명품이 안 나왔는가. 그렇다면 그 많은 대학 연구소와 정부출연 연구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모델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형태라면 창의적 개인이나 집단에 신제품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인센티브를 주는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 없는 국가예산을 짜내 공단건물만 거창하게 지어 놓고 획일적 프로그램으로 통제 제어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미국 정부의 어떤 계획된 프로젝트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대공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들어 첨단제품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창업도 하는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다. 그러면서도 신기술에 관한 한 강자만이 살아남는 비정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일등 기술 일등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꿈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곳이 스탠퍼드대다. 이 대학은 이 지역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성공적인 기업군이다. 1년 특허수입이 30억달러(2조9천6백50억원)를 넘는다. 산학협동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대학과 각종 연구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연구결과가 사장되지 않고 산업화로 직결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학도 24시간 불을 밝혀야 한다. 창의적 벤처동아리나 연구집단을 수용하고 편의를 제공, 최첨단 세계적 상품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벤처 캐피털만 해도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에만 융자될뿐 초기 기술개발 단계에서 종자돈이 필요한 수많은 모험가들한테는 그림의 떡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은 이 점에 착안해 개인의 창업에서 종자돈 융자, 기술지도, 인적관리, 경영노하우 전수, 법적 자문까지 맡아 「후배」를 키워준다. 첨단국가 미국은 아직도 제조업이 왕이다. 제조업 따로 있고 벤처기업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뛰어난 상품이 발견되었다면 그것이 곧 벤처상품이다. 고창근(한국수출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