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인데도 갑작스러운 폭우와 우박으로 마치 한밤중처럼 온통 캄캄해질 때가 있다. 이런 악천후에서는 가시거리 문제나 노면의 미끄럼 현상 등으로 사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방어운전을 한다 해도 다른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엔 대낮이라도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것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바람직한 운전습관이라 하겠다. 운전자 자신의 시계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효과가 있어 사고방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기후조건에 따라 주간에도 전조등이 켜지는 자동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토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날씨에 관계없이 주간에 전조등을 켤 수 있도록 하고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몰후와 일출전에, 그리고 가시거리 한계가 1백50∼3백m로 나빠질 때에는 전조등을 켜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89년부터 자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버스 트럭 등에 주간전조등을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했다. 그리고 3년 정도 지난 뒤 분석해보니 주간자동전조등이 승용차나 소형트럭같은 경차량의 충돌 사고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전조등 장치를 부착하지 않더라도 악천후일 때 운전자가 전조등을 켜면 진행방향 쪽으로 가시거리가 좋아질 뿐 아니라 앞 차 번호판에 자신의 전조등 불빛이 반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전조등을 켰다는 자체가 운전자 스스로에게 불리한 운전환경에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키는 부수효과도 거두게 된다. 서울시의 경우 주간전조등에 관한 조례가 이미 만들어졌지만 시민들의 인식과 호응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비오는 날 유리창 와이퍼를 작동해야 할 상황이 되면 전조등을 항상 켜도록 적극 지도해 주길 바란다. 이밖에 야간 교차로에서 신호대기하면서 앞 차를 위해 전조등을 껐다가 나중에 다시 켜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는데 이 역시 주의를 요한다. 아침에는 남보다 늦게 전조등을 끄고 저녁에는 남보다 먼저 켜는 식으로 전조등 이용을 교통안전에 적극 활용하자. 비오고 흐린 날은 대낮이라도 전조등을 꼭 켜는 습관을 갖는 것이 우천시의 불리한 운전환경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자. 강재홍(아태평화재단 차장·교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