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동양여자」. 독일 언론이 화가 노은님(53)을 지칭한 표현. 하지만 그의 세월은 파란과 격정, 열정과 변화의 나날이었다. 전주출생인 그는 어머니와 사별한 후 집안이 기울자 간호보조원이 됐다. 그러다 독일파견 간호보조원 모집공고를 보고 70년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병원에서 일하며 그림을 그렸다. 눈내린 서울거리를 그린 그림을 보고 함부르크미대 한스 티만 교수가 입학을 권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유럽예술계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했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술적 「번뇌」를 깨친 이순간의 느낌이 이후 작품세계의 주요한 성향이 됐다. 현재 함부르크 미대 교수인 그의 작품은 「동양의 명상과 독일표현주의가 만나는 다리」로 평가되고 있다. 갤러리 현대(02―734―8215)는 17∼30일 그의 개인전을 연다. 동물의 특징을 간결한 선과 묵으로 표현하거나 의인화한 작품들. 전시와 때를 맞추어 27년간의 독일생활을 담은 에세이집 「내고향은 예술이다」(도서출판 동연)도 펴냈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