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페미니스트 감독인 도리스 되리가 만든 영화 「파니 핑크」에는 관(棺)에 들어가는 연습을 통해 죽음을 가르치는 학원이 나온다. 서른 살을 앞두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검은 관을 집에까지 들여다놓고 죽음을 연습한다. 파니 핑크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어 죽음을 연습하지만 요즘은 절망의 무게와 상관없이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죽음의 조건」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다큐스페셜 「죽음 준비하기」는 극도로 악화된 죽음의 조건을 알아보면서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한다. 인간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설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전통한국사회에서는노인들이죽음을앞두게 되면 안방으로 옮기고 온 가족이 지켜보며 임종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처럼 「행복한」 임종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체 노인의 절반 이상인 53%가 노인들끼리 사는 단독세대이며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경우도 13%에 이른다. 선진사회라 하는 서구에서는 허름한 공공병원의 다인용 병실 한쪽의 초라한 침대에서 밤9시∼새벽3시에 고독하게 눈을 감는 것이 일반적인 죽음의 방식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한세대 이내에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죽음은 결국 혼자서 직면해야 하는 절대적인 고통이다. 나는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게 될까.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