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대통령선거 경제불황 등에 따른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독서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의 「96년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책을 읽은 독서인구 비율은 63.5%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인 15세 이상 인구의 36.5%가 한해 동안 단 1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독서인구 비율은 4년전인 92년의 64.1%보다 다소 감소했다. 1년간 구입한 책은 5.7권으로 92년의6권에비해 줄어든것으로나타났다. 반면 비디오를 본 사람의 비율인 비디오 시청률은 44.5%로 93년의 36.2%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중 오락용 비디오 시청률은 증가했지만 교육 교양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마디로 독서를 멀리하고 영상매체, 그중에서도 오락용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이는 말초신경의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정보와 지성이 지배하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중학생 때는 독서광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책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농촌지역에 도서관이 있을 리 없고 더구나 공공도서관은 이름조차 모르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싶어도 욕구를 채워줄 책이 부족하기만 했다. 그 당시 내 간절한 소망은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책과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방, 그리고 책을 읽을 자유만 허락된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랴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떠한가. 넘쳐나는 출판물 홍수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공공도서관마다 많은 책이 준비돼 있어 읽고 싶은 의욕만 있으면 너무나 쉽게 독서욕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닌가. 축복받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대부분 관능적이고 말초적인 쾌락만 추구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줄 모르고 역경을 땀흘려 이겨낸 뒤에 오는 환희를 모른다고 했다. 정서는 황량해지고 끝내 탈 인간화로 치닫게 되어 풍요 속에서도 많은 사회범죄자가 범람하게 된다. 황량해져가는 정서를 바로잡고 탈인간화해가는 인간성 회복의 가장 빠른 길은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아 이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경제위기 등으로 어수선한 때다. 이럴 때일수록 독서를 통해 지혜를 찾아야 한다. 엄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