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의 꽃 채팅. 잡담을 나눈다는 뜻의 영어 chat에서 나온 말로 PC통신 상에서 말이 아닌 글로 서로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가리킵니다. 저는 하이텔 ID를 만들고 나서 한달 정도는 밤 2시 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습니다. 물론 채팅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죠. 묘한 매력이 있는 게 엄청난 중독성을 갖고 있더군요. 「go chat」라는 명령어를 치면 엄청나게 많은 채팅방이 만들어져 있는 채팅 서비스로 옮겨 갑니다. 각각 제목이 붙어 있는 번호가 죽 나오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j」+방 번호를 입력하면 채팅이 시작됩니다. 저는 채팅을 하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밤을 많이 새웠습니다. 얼굴, 목소리 없이 건조한 글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게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채팅방에서 한 마디 한 마디 정성껏 타이핑을 하며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대화 내용에 맞도록 상대방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나가죠.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지금 나누는 대화내용만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겁니다. 남자인 경우 말씨가 터프한 사람은 대개 최민수씨 비슷하게 그리고 「음냐」 「방가」 「푸헐」 등 장난기 짙은 표현을 많이 쓰는 사람은 국진이형 비슷하게 그리죠. 상대방이 여자인 경우에는 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집니다. 채팅방에서 못생긴 여자는 없더라구요. 말씨를 재료삼아 그리는 제 머리 속 초상화의 주인공은 강수연 최진실 못지않은 미녀가 많습니다. 모르겠어요. 실제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지. 채팅을 하다보면 실제 만남에 있어서 사람들이 외모 때문에 얼마나 질긴 편견에 시달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사람들과 채팅할 때의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밥맛인 사람도 많죠.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설을 하는 사람, 얼굴 안 보인다고 말 막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이 보이면 바로 「/ex」+상대방 ID를 치세요. 그러면 그 사람은 화면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 대화방에 들어와 있지 않은 사람을 불러들이고 싶으세요〓「/in」+상대방 ID를 치세요. 자 이제 채팅을 끝내고 나갈 시간입니다. 「/q」+「Enter」를 치세요. 서경석 (MBC 코미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