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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타운」 2집 주목…영혼울리는 리듬-흑인감성의 블루스

입력 | 1997-11-26 08:17:00


요즘 한국 대중 음악의 흐름은 미국 팝과 거의 동시간대에 있다. 통신과 매체의 발달로 우리 안방에서 미국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팝이 닮아가고 팬들도 그에 익숙해져가는 추세다. 그래서 버터 냄새 물씬 풍기는 그룹 「업타운」이 주목받는다. 최근 내놓은 2집 「내안의 그대」는 리듬앤블루스 힙합 랩 등을 두루 담은 음반. 그러나 「업타운」은 여느 가수들처럼 미국 팝의 한국화를 주장하지 않는다. 리더 정연준은 『어설프게 된장 냄새를 내는 것보다 정통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머리곡 「내안의 그대」는 그 말대로 전형적인 리듬앤블루스. 홍일점 보컬 윤미래의 정돈된 고음이 남성 보컬 정연준의 묵직한 울림과 조화를 이룬다. 가사는 사랑에 대한 추억. 「이 밤을 위해」도 관심을 끈다. 요즘 댄스클럽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디스코풍. 랩이 영어로 돼있어 우리 귀에 낯설 정도다. 「업타운」의 멤버는 윤미래(19) 정연준(25) 김상욱(22) 이현수(22) 등 4명. 정연준을 빼고는 모두 재미교포다. 정연준은 그룹을 구상할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난 신세대를 골랐다. 윤미래와 정연준은 메인 보컬이고 김상욱과 이현수는 래퍼. 일곱살때 미국으로 이민간 윤미래는 『리듬앤블루스의 느낌은 한국식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미국 흑인들의 원초적 느낌을 체득한 사람이라야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상욱과 이현수도 랩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장담한다. 김상욱은 『랩은 음정이나 화성은 없으나 그저 단어를 읽는 게 아니다』며 『말을 내뱉는 분위기나 리듬, 가수의 음색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했다. 「업타운」의 버터 냄새는 올해 돌연 해체한 그룹 「솔리드」와 닮았다. 한자어가 들어간 우리말에 서툰 것도, 영어로 가사를 먼저 쓴 다음 번역해 노래하는 것도 비슷하다. 과연 「솔리드」만한 성공을 할 수 있을지. 「업타운」은 유창한 영어를 무기로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음악이 국경을 넘어서도 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국적 불명의 어설픈 흉내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