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으로 압축된 이번 대선구도에서 현재 드러난 최대의 변수는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다. 현재 3위권으로 밀려난 이후보가 다른 어떤 후보와 연대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완주(完走)해서 얼마큼 득표하느냐에 따라 대선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 진영이나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후보 진영에서 관심을 기울이며 갖가지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이회창후보는 26일 후보등록을 한 뒤 연대에 아무런 전제조건도 달지 않는 등 이인제후보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선(先)사과와 원상복구(경선승복)」가 전제되지 않고는 결코 제휴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국민회의측도 이인제후보와의 선린(善隣)관계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이는 중이다. 최근 국민회의의 한광옥(韓光玉)부총재와 국민신당의 서석재(徐錫宰)최고위원이 2, 3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양당의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연대는 불가능하겠지만 제한적인 형태의 대선공조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것. 그러나 이인제후보와의 제휴는 어차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국민회의측 판단이다. 이후보가 도중하차하거나 이회창후보 쪽으로 흡수되지 않고 3자구도로 가야만 김대중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특히 이인제후보가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 등 영남권에서 최대한 선전해주기를 국민회의측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두 후보측의 내심이나 「희망사항」과는 관계없이 이인제후보는 『단 한표를 얻는 한이 있더라도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결의를 거듭거듭 밝히고 있다. 국민신당은 요즘들어 한나라당에 대해 「YS(김영삼·金泳三대통령)본당」으로 몰아치면서 김현철(金賢哲)씨 인맥리스트까지 발표하는 등 비난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이후보 자신도 26일 후보등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침몰시킬 집단』이라며 한나라당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후보측은 그들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 즉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김대중후보 가운데 누가 승리하든 나머지 한명은 정계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고 대선 후에 급격한 정계재편이 이루어지리라는 게 이후보 진영의 전망이다. 따라서 올 연말 대선에서 이후보가 25% 정도의 지지율만 얻어내면 자신이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 대선 패배 후 행보에까지 염두에 둔 이같은 「결의」가 한나라당측이 앞으로 펼칠 이후보 진영에 대한 「융단폭격」을 어떻게 견뎌낼는지가 관심사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