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실종됐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11월말의 날씨가 난데없이 여름 장마철 날씨를 보이는가 하면 강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폭우피해까지 보고 있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고온현상이 10월20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나타난 데 이어 올 겨울에는 이상난동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은 25일의 강수량이 완도 1백86㎜, 부산 1백73㎜, 거제도 1백52㎜, 성산포 1백50㎜를 각각 기록해 11월중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부산의 경우 61년부터 90년까지 30년간의 11월 월평균 강수량은 64.9㎜. 따라서 한달 동안 내릴 비의 2.6배나 많은 비가 하루사이에 쏟아진 셈이다. 또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1월의 하루 강수량 최고 기록이 여수 서귀포 통영 마산 진주 해남 등 17개 지점에서 세워졌다. 기상청은 26일 오후부터 일단 비가 그치겠지만 28일과 29일 남부지방에 또 한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우에 이어 초겨울에 이례적으로 폭풍도 몰아쳤다. 기상청은 26일 0시를 기해 제주도 부근바다를 제외한 모든 해상에 폭풍주의보를 발효했다. 기상청은 이상기후의 원인과 관련, 한반도 북서쪽의 대륙성 고기압과 남동쪽의 해양성 고기압이 팽팽히 맞서면서 전선대가 형성됐고 이 전선을 따라 해양 수증기를 동반한 남서쪽 저기압이 상륙, 비를 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