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은 현역 육군중령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데 대해 크게 당혹해 하면서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일선 지휘관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만큼 정치권에 미치는 여파가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건이 군내부에 미칠 영향도 민감한 문제이므로 군당국은 신경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군당국은 이번 사건이 지난 92년 총선거때 군부재자 투표 부정에 대해 양심선언을 한 이지문(李智文)중위 사건처럼 군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군당국이 손대희(孫大熙)중령에 대한 조사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배후가 있는지 여부다. 새벽 6시반에 기자들을 정치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 집결시키는 일이 전방의 야전지휘관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도 의구심의 대상이다. 군당국은 특히 이번 대선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한 만큼 정치인들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은 이날 손중령 사건을 두고 물고 물리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먼저 국민신당은 호재를 만난 듯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최철규(崔徹圭)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손중령의 시국선언은 많은 고뇌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동기의 순수성」을 부각시켰다. 장신규(張信奎)부대변인도 『이회창후보는 정연씨의 입사 신검기록 원본 일체를 공개하고 수연씨를 귀국시켜 키조작 의혹을 직접 해명케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이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도 군이 관련된 미묘한 사건인 만큼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군통수권자로서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병역면제 의혹의 사실관계마저 발뺌해 온 이회창후보의 책임회피적 태도가 이같은 불행을 가져왔다』며 이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시기에 군은 절대 안정돼 있어야 하므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당부한다』면서 시국선언 행위자체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은 당초 「무시」로 일관하다 두 당이 공세를 취하자 반격에 나섰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군장교의 시국선언 시간과 장소를 언론기관에 미리 통보해 준 곳이 국민신당 대변인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이인제(李仁濟)후보측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장교를 사주, 정치공작에 이용했다는 증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황유성·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