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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선거전]여론조작-인신공격등 현실정치 풍자

입력 | 1997-12-02 20:03:00

영화「제이제이」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은 지적인 자유주의자지만 신경 쇠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요. 또 다른 후보는 믿음직한 보수주의자지만 군에 있을 땐 동성연애를 했어요. 여러분 누굴 찍으시겠습니까』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현실 속 얘기도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영화 「베스트맨」의 아리송한 상황인 것. 대선결전 D―15. 「베스트맨」을 뽑고자 후보들의 일장일단을 견줘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치밀한 TV 이미지 메이킹과 상호비판, 엇비슷한 정책제시로 불 뿜는 각축에 나선 후보들. 이 혼미한 선거판의 「진실과 책략」을 다룬 영화들이 적지 않다. 영화 「제이제이(J.J)」는 「후보 신상을 분명히 파악하라」는 교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토머스 제퍼슨 존슨(에디 머피 분)은 폰섹스 광고로 돈을 뜯는 사기꾼. 그는 복상사한 다선의원 제프 존슨과 자기 이니셜이 똑같이 「J.J」라는 점에 착안, 선거에 뛰어든다. 그는 적어도 영화 속에선 역사상 가장 간단한 구호로 선거에 승리한다. 『제이제이입니다. 제이제이를 찍으세요』 영화 「밥 로버츠」는 이보다 훨씬 고단수의 여론조작을 비춘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팀 로빈스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아 정치감각을 갖춘 지성파임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밥 로버츠는 레코드 판매와 주식투자로 백만장자가 된 팝가수. 보수주의자인 그는 선거에서 마약과 빈민 지원에 반대하는 노래로 인기를 모은다. 그런데 자신의 마약전력과 공금횡령 사실이 드러나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자 저격당한 것처럼 조작하기에 이른다. 때마침 그의 뮤직비디오 「나는 살고싶다」가 나오고 유권자의 「동정표」가 사정없이 올라간다. 그러나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알아차릴 것이다. 하반신 불수가 됐다는 로버츠가 당선 후 노래를 부르며 발끝을 까딱거리는 모습을. 여론조작에 의해 선거에 이기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다. 리처드 기어는 「파워」에서 여론조작과 이미지 메이킹이 전문인 선거전략가로 나온다. 후보가 유세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현장으로 달려가자 카메라맨에게 지시한다. 『자, 이 각도에서 좀 더 리얼하게 찍어. 호소력 있게』 그리고는 후보에게 피묻은 셔츠를 앞으로 계속 입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그의 입장은 『정책보다 주3회 헬스로 몸을 다져 활력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 영화 「대통령의 연인」에선 정책과 인신공격이 대결한다.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 마이클 더글러스는 범죄퇴치법과 환경법 통과로 지지율을 높이고자 한다. 홀아비인 그가 미모의 환경 로비스트에게 반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상대후보는 그녀를 공격한다. 『학생시위 때 성조기를 불태운 적이 있다. 섹스가 로비의 무기다』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연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당신이 사라지면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찾을 거요』 그의 든든한 표정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라도 이 말을 건넬 것만 같다. 우리 유권자들은 그의 다음과 같은 대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치란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오』 영화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서의 대사도 마찬가지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