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온 나라가 경제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이내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고 실업자 수도 1백만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기업들은 저마다 인력감축과 임금동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대안이 양산되고 있지만 대선과 맞물려서 그런지 정부의 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상이다. 금융실명제 등 정부가 추진해 왔던 각종 정책을 주된 비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략적인 차원을 넘어 경제위기의 원인을 보다 깊숙이, 보다 근본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직접적으로는 금융부문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산업 전반에 걸친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산업구조나 기업활동의 틀을 정부가 짜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정부 스스로 이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우선 재정운용을 효율화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의 대가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축소되면 공공투자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문제를 재정운용의 효율화로 메워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조달행정의 개혁을 들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정부조달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국민총생산(GNP)의 10% 수준으로 추산된다. 내년 예산에서 사회기반시설(SOC) 사업비가 총 11조원을 넘는 등 시설공사 및 관급자재 조달부문이 정부구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부문은 정부가 긴축재정을 실시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투자비 축소를 검토하기 전에 효율화가 가능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청산하는데도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파트건축 사업승인 과정만 보더라도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길다. 이런 고비용 저효율을 강요하는 정부규제나 정책은 곳곳에 산재했다. IMF의 「신탁통치」로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정부 내부의 운용과 민간에 대한 정부규제의 효율화 방안을 먼저 발표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도 내년 사업계획의 가닥을 잡기 쉽고 국민도 경제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후보들의 관심도 여기에 집중됐으면 한다. 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