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가부도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문책론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이면계약」 의혹을 제기, 상황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이 제기한 의혹은 두가지다. 첫째는 정부와 IMF간 약정내용에 관한 의혹이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이 5일 사실상의 「이면계약」이라고 적시하며 밝힌 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의 파장은 실로 충격적이다. 국민회의는 불과 열흘 뒤인 15일부터 외국인 1인당 주식투자한도를 현행 7%에서 50%로 확대키로 합의해준 데 대해 「매판적 행위」라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상장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주가가 4백선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그런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함으로써 외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통해 국내기업들을 헐값에 「사냥」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즉 지난 3일의 종가기준으로 외국투기꾼이 50억원미만의 자금으로 50%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장회사가 86개나 된다는 것. 또 5조5천억원(46억달러)을 가진 외국인 투기꾼의 손에 넘어갈 수 있는 상장금융기관은 26개 은행, 27개 증권회사, 12개 보험회사, 21개 종금사 등 76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이같은 내용을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캉드쉬 IMF총재가 지난 3일 합의서명한 「IMF 대기성차관협약을 위한 양해각서」에 포함하지 않고 「테크니컬 노트」라는 「이면계약」에 슬그머니 끼워넣은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양당은 이같이 심각한 이면약정과 아예 공개하지 않은 밀약을 전면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양당은 또 정부는 IMF구제금융이 국민과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 현명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국민을 향해 「주권(株券)이 곧 주권(主權)」이라는 인식하에 「주권(株券)지키기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호소하고 있다. 두번째 의혹은 독도문제와의 연계여부다. 임부총리가 일본을 방문, 구제금융협조요청을 했을 때 자금지원과 독도문제를 연계하려는 일본의 압력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때마침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외무차관이 방한, 한일어업협정 개정교섭이 재개돼 의혹을 증폭시키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3당이 모두 임부총리를 성토하며 진상공개를 촉구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임부총리가 갑자기 일본을 방문했던 것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가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의 방일(訪日) 성과를 훼손하기 위해 부랴부랴 등을 떼밀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부총리의 방일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임부총리는 5일 회견에서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선상황과 맞물려 논란은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