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탄생으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계속되던 정부의 보호막이 제거되어 내수시장과 수출시장 모두 무한경쟁 속에 들게 되었다.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제7차 상업계 고등학교 전문교과 교육과정 각론개정 연구시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시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실제로 현행 6차 교육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 이번 개정의 초점은 「교육개혁 기본정신에 입각하고 세계화 정보화 미래시대에 부응하며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국가의 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할 우수한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선 과목수만 봐도 개정이유나 근거와 거리가 멀다. 6차에서 시행했던 교과내용을 제목만 바꾸어 놓은 인상이다. 예를 들면 정보분야에서 컴퓨터일반 전자계산실무 자료처리 프로그래밍실무가 거의 같은 내용이다. 시각디자인실무 그래픽디자인 컴퓨터그래픽도 마찬가지다. 변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연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과목이 너무 세분화되어 복잡하다. 또 국제비즈니스를 수행하자면 이 과정만으로는 미흡한 감이 든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본은 국제간 이동이 용이하지만 인력은 국경을 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자본과 기술을 축적한 기업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제조해 국제시장에 판매한다. 상업교육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교과과정을 수립해야 하는데 국제경영 무역영어 정도로는 부족하다. 국제화와 연계된 과목을 더 많이 개설해야 한다. 명칭만 정보고등학교니 정보산업고등학교니 하고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투철한 소명의식과 전문성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교과내용이 필요하다. 상업교과서 내용에는 서론 부분이 너무 많다. 교과서를 실제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효율성 있게 편집해야 한다. 덧붙여 교육부 연구과제 치고는 오래되고 진부한 참고논문이 많다. 정보 사이클은 3개월을 평균으로 잡고 있는데 3,4년전의 책을 참고문헌으로 사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거한 참고문헌 중 내용이 변한 것도 너무 많다. 현실성 있게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바꾼 것은 별로 없다. 기존 교사들의 입지문제 등으로 교과목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있겠으나 교과목 변화가 없는한 상업교육자체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냉혹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조석환(평택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