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력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다. 산업현장에 부족한 기능인력이 16만명이나 되고 부족한 기능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22만명이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대졸 고학력 실업자는 1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심한 인력불균형 현상에도 불구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대학에만 진학하려다 보니 실업계 고교에는 지원자 부족현상마저 생기고 있다. 얼마전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기능직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서 지원자의 60%가 대졸이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해마다 대학 입학정원을 늘리고 있고 실업계 학생들은 산업현장으로 바로 진출하기보다 대학진학을 선호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인력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대선후보들은 대학정원 자율화 등 대학발전 방향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산업사회의 기초가 되는 기능인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만 발전한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인력불균형 현상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기초기능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각종 직업학교의 학력을 인정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현재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곳은 실업계 고교와 노동부산하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기능대학, 각종 공사립 직업전문학교 등이다. 그런데 직업전문학교가 정식으로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원자가 없어 학과가 폐지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구조가 학력 위주임에도 불구하고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런 기관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산업인력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학력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자격위주의 능력사회로 전환해 기능자격 소지자에게 대졸자 못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독일이 오늘날과 같이 경제발전을 이룩한 힘의 원천을 「마이스터」(기능장)제도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 직업학교를 거쳐 「마이스터」가 되면 박사보다 더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대학 발전도 중요하지만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기능장제도를 부활하고 각종 직업학교를 활성화시켜 인력불균형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박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