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춘원 이광수는 『조선인의 미술적 천재를 세계에 표하였다』며 극찬했다. 도쿄미대 출신의 김관호가 졸업작품 「해질녘」으로 일본 문전(文展)에서 특선을 차지한 소식을 듣고서였다. 당시 신문들은 「조선화가로서는 처음있는 영예」라고 대서특필했지만 그림이 실리지는 못했다. 「김군의 사진이 도쿄로부터 도착했으나 여인이 벌거벗고 있는 그림인고로 사진으로 게재못함」이라는 주석이 붙었다. 「해질녘」은 이후 도쿄예대측에서 소장해 국내 전시가 드물었다. 「해질녘」 등 한국 근대화단을 수놓은 명작들이 어렵게 한 자리에 모인다. 9일부터 내년 3월10일까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02―503―7744)에서 열리는 「근대를 보는 눈」전. 개화기부터 1950년대까지 국내작가 1백30여명의 유화작품 2백80여점을 모았다.이 중에는 이중섭의 「달과 새」 등 미공개 작품 54점이 포함돼 있다. 나혜석 이인성 박수근 등 낯익은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전시된다. 현대미술관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1년6개월간 소장처를 확인하고 전시섭외를 마쳤다. 김희대 학예연구관은 『근대미술사 정립을 위한 사료적 자료를 제공하고 유화의 도입과 전개과정을 조망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출품작들의 총 재산가치는 3백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술관측은 이번 전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거액의 작품들이 유리상자 등의 보호기구를 벗어나 「알몸」으로 전시되고 훼손과 도난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78년 국전 순회전시작품들이 대전에서 집단 도난당한 예도 있어 미술관 직원들은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그만큼 진귀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