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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최재천/차기정부 「환경부총리」 신설해야

입력 | 1997-12-09 20:25:00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으로 엄청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60년대 이래 물불을 안 가리고 지향해온 개발경제의 당연한 귀결인 만큼 이번엔 그저 위기를 모면하는데 급급해 하지 말고 뚜렷한 미래관을 세운 후 합리적인 계획하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길목에서 새로운 의식구조로 재무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21세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개발제일주의가 아니라 삶의 질이다. 환경보전은 바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요 막다른 길이다. 개발은 좀 늦추거나 수정할 수 있지만 환경은 백번 천번 잘 지키다 한번만 물러서도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허망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일본 교토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협약회의가 열리고 있다. 물론 인류 전체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지만 각국 경제에 미칠 엄청난 영향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를 비롯한 외무부 통상산업부 등 관계부처간 협조부족으로 이렇다 할 대응전략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환경문제는 한 나라안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분쟁의 요소까지 지닌 국가안보의 문제가 됐다. 이미 우리 나라는 중국의 공해물질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급속도로 심각해질 전망이다. 국제간의 협력은 물론 마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환경보안을 담당할 강력한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21세기를 열 새 지도자와 그의 정부에 환경부총리제 도입을 건의한다. 환경부총리 산하에는 환경보전과 삶의 질 향상에 관여하는 기존 부처를 묶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업무 대부분과 문화체육부의 주요업무, 심지어는 건설교통부 업무 중 상당부분도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 만일 이같이 광범위한 통폐합이 이뤄진다면 환경복지부총리 환경문화부총리라고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환경문제가 더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느끼고 있다. 국민은 획기적인 환경대책을 원하고 이를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오염된 환경과 윤리를 필요악으로 안고 있는 경제강국보다는 적당한 경제수준과 깨끗한 환경 속에서 우리 민족이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