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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처방 너무 가혹』…美하버드대 삭스 소장

입력 | 1997-12-13 08:15:00


제프리 삭스 미 하버드대 국제발전연구소장은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이 엄중한 처방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게재된 삭스 소장의 기고문 요약. IMF의 경제전문가 1천여명중 75개 개발도상국의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인원은 겨우 5백여명 뿐이다. 이는 한 국가를 평균 7명의 전문가가 처리한다는 뜻이다. IMF는 한국의 금융체제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이, 또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정확히 모른채 단며칠만에 매우 엄중한 처방을 내렸다. 또 협의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내용을 이해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3명의 대통령후보에게 합의안 이행을 보장한다는 각서까지 요구했다. 3개월전 IMF는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IMF)이사들은 한국의 인상적인 거시 경제실적들을 환영했으며 한국 당국의 재정기록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아시아 국가들의 거시경제 및 재정정책이 크게 잘못돼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금융부문의 개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 점이 금융시장의 소동을 일으킨 전적인 이유는 아니며 가혹한 거시경제적 조정을 정당화할 이유도 되지 않는다. 아시아는 기본 경제여건이 흔들려서가 아니라 단기신용 제공자가 나쁜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맞춰 행동, 실제로 나쁜 상황을 초래하는 「소동」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을 뿐이다. IMF는 한국에 인플레를 97년 4.2%, 98년 5.2%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잔인할 정도의 통화관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IMF는 고금리에다가 재정정책까지 국내총생산의 1∼1.5% 범위로 규제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다. 차라리 IMF가 한국 경제의 약점보다 장점을 강조했다면 오히려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됐을 뻔했다.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IMF가 일본과 미국 유럽에 대해 한국 은행들을 적당히 지원하도록 조용히 권고했다면 주요 은행들은 단기 신용을 연장했을 것이고 소동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한국은 적절한 신뢰구축 조치와 함께 성장률을 조정하면서 금융개혁을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리〓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