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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서 청년사업가로 변신 후지우동 사장 이병길씨

입력 | 1997-12-13 20:42:00


일식체인점 「후지우동」본사의 젊은 사장 이병길(李炳吉·34)씨가 그려온 「인생도(人生圖)」를 들여다보면 「정상궤도에서의 한번 이탈이 결코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성균관대 84학번인 이씨의 대학생활은 낭만이 넘치는 캠퍼스보다 땀냄새가 코를 찌르는 노동현장이 주무대였다. 서울 도봉구 등의 금속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근로자에게 의식화교육을 시키던 이씨는 89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돼 8개월간 복역했다. 『이후에 「정상적인」 취직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저 단순노동자로 살아갈 생각이었어요.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거든요』 이씨는 인천의 한 공장에 취직, 3년간 금형과 프레스 작업을 했다. 93년 한 선배의 권유로 부동산컨설팅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씨는 자연스럽게 「사업가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씨는 95년10월 부인(30)을 경리로, 옛 동지 3명을 사원으로 삼아 서울 강동구에 20평 크기 사무실을 마련하고 후지우동 체인사업본부인 삼도하이네트 간판을 내걸었다. 일본우동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하기 위해 6개월 넘게 정성을 들였고 그 결실의 꽃은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힘차게 피어났다. 창업 2년만에 후지우동 체인점이 1백80여개에 이르렀고 내년 매출액 목표를 당초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제가 꿈꾸는 「노사 평화의 중소기업, 책임있고 양심적인 체인사업체」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기쁨에 정말 가슴이 벅차더군요』 이씨의 환한 얼굴에는 「IMF 한파」를 몰아낼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