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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노희상/교육과정 質위주로 재편할 때

입력 | 1997-12-17 08:16:00


우리 사회 전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시적인 경기하강에서 온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비롯한 것이라서 극복하기에 여간 힘들 것 같지 않다. 선진국은 이미 70년대말부터 지식정보시대로 진입하여 공장 굴뚝 없이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화학공업의 우렁찬 굉음과 활기에 도취하여 변화하는 산업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했다. 이 결과 산업낙후와 생산성 저하, 사회 전반의 저효율을 빚어내고 말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현실을 타개해나갈 것인가. 앞으로 상당기간 펼쳐질 고난의 길을 이겨내고 다시는 이런 고통을 재생산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해야 할 일은 올바른 사람, 가치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내세울만한 자원으로 수준높은 인력 말고 무엇이 있었던가. 그 인력자원을 활용하여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만들어 냈음을 기억하자. 그동안의 교육이 양(量)위주의 인력양성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질(質)위주로 교육과정을 재편해야 한다. 그래야 지식정보시대의 생산적인 인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방향과 방법을 새로 잡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는 우리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중요 원인은 고물류 고지가 고금리 고임금 문제가 아니라 수준낮은 대학교육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스스로 아프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을 최고가치로 아는 민족이다. 자녀가 사람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부모들은 예나 지금이나 온갖 고통을 감내하면서 교육에 헌신적이다. 지난날의 교육풍토가 이런 부모들의 헌신을 질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하여 지적풍토를 열악하게 만들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교육시장 개방이라는 파고를 목전에 둔 교육계로서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싸움을 전개해야 하는데 교육 수용자를 만족시키는 수준높은 교육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앞으로도 질낮은 교육을 계속한다면 학교는 망하고 사회 전체의 질적인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나아가 교육종속이라는 또 다른 식민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우리 국민의 지적수준의 열악함을 웅변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높은 국민의식과 고급지식, 첨단정보로 무장한 인력자원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희상 (안산전문대교수·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