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러브 스토리」의 작가 에릭 시걸. 70년대 신선한 사랑의 화두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그가 한세대만에 다시, 젊음의 상처와 고뇌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사랑 이야기를 펴냈다. 「오직 하나의 사랑」(김영사 펴냄). 45세의 성공한 의사 매슈. 어느날 뜻밖의 환자를 받게 된다. 바로 18년전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인 실비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진 자신을 병상에 놔둔 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날아간 여인이다. 일시에 피아노의 음감(音感)마저 상실케 한 그 지독한 실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녀는 뇌종양 말기였다. 그는 진료기록과 엑스레이 사진이 든 봉투를 뜯으면서 어쩌면, 이 안에 그녀임을 알아볼 수 있는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느낀다. 그러나 봉투 안은 그녀의 뇌를 찍은 하이테크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불현듯, 그녀의 내부를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아닌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죽음과 사랑을 주요 코드로 한 그의 소설. 진부한 주제인데도 작품을 읽고 있으면 마치 시계바늘을 되돌려 놓은 것처럼, 온통 젊음의 추억과 향수에 휩싸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