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있었으나 「실험」은 제자리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13,14일 오후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 「우리 소리와 현대문명의 만남전(展)」. 선(禪)음악으로 알려진 김영동의 작품세계가 무대를 수놓았다. 국악기와 기타 민속드럼 등 서양악기 음색의 결합은 청중 속에 한층 가깝게 다가오는 「명상」의 세계를 열어놓았다. 하지만 연주를 통해 선보인 그의 음악세계는 수년 동안 일관된 작업을 통해 내놓아온 주제와 소재를 벗어나지 않았다. 프로그램 자체가 「신수제천」 「삼포가는 길」 「한네의 이별」 등 그의 인기작을 위주로 한 회고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김영동의 작품을 수놓은 명상적 효과는 크게 두가지 음향적 배경에서 온다. 하나는 소금 가야금 등을 위주로 한 국악 선율악기의 향토적 음색이고, 또 하나는 기본화음을 깊게 깔아주는 신시사이저의 음향이다. 연주된 음악 전체를 통해 신시사이저의 음향이 배제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신시사이저의 합성음향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군 합주를 모방한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어떤 음식에서나 감칠맛을 내준다. 그러나 요리의 명인은 조미료의 효과를 남용하지 않는다. 조미료는 모든 요리의 맛을 일색(一色)으로 만들어버리며, 다양한 소재의 맛을 오히려 뒤로 감추어버린다. 이날 신시사이저의 음향이 가져다준 느낌이 그랬다. 우리의 고유 음악문화는 화석이 될 수 없다. 시대에 걸맞은 변모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경로와 수단에 따라 접근할 것인가. 이날 공연은 국악과 양악의 생산자와 청중 누구나가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