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나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예상 투표율을 75% 안팎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대선 투표율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 각 정당의 선거관계자,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이처럼 투표율이 예상과는 달리 높게 나타난 데 대해 여러가지 요인을 꼽았다. 우선 지적되는 요인은 대선 막바지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증가하면서 각 후보 진영이 부동층 흡수를 위해 각자 지지세가 두터운 이른바 「전략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던 점이다. 또 「경기가 불황일 때 투표율이 일반적으로 낮다」는 통설이 이번 대선의 경우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현실이 「불황」의 차원이 아니라 민생의 사활을 좌우하는 「불황 이상」의 파탄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누구를 선택하든 투표에 상당히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대선전의 막바지에 대두된 「경제파탄 책임론」 「국제통화기금(IMF)재협상 논란」 등 경제위기를 둘러싼 후보자간의 상호공방이 치열해 오히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리고 투표일인 18일 날씨가 포근해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는 것도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번 투표율(오후 3시 기준)은 92년 14대 대선 때보다 2.8%가 높았고 지난해 15대 총선 때보다는 14.6%가 높았다. 14대 대선 때는 투표 개시 시간이 오전 7시였고 이번에는 오전 6시부터 투표가 시작됐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대체로 14대 대선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지역별로는 오후 3시 현재 전남이 67.4%로 가장 높았고 충북(66.3%) 강원(66.1%) 전북(65.5%) 광주(64.2%) 경기 경남(63.8%)순이었다. 반면 서울은 58.4%로 가장 낮았고 충남(59.8%) 부산 울산(61.2%) 제주(61.3%) 등이 낮은 편이었다. 시간대별로 지역별 투표율이 들락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오전에는 영남권의 투표율이 높았다가 오후들어서는 호남지역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영남지역의 투표율은 오전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평균치를 넘어서 각 후보 진영을 긴장시켰다. 선거에 앞서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 나선 주요 3당후보중 영남출신 후보자가 없어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오전의실제 투표양상이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지역투표율을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 11시와 낮 12시에 부산 대구 경남지역에서 전국 평균치(26.2%)를 상회했고 오후 1시에도 대구 경남북에서 평균치(47.6%)를 웃돌았다. 그러다가 오후 3시 들어서서 경남지역만 평균치(62.3%)를 상회했을 뿐 부산 대구 경북지역은 평균치 밑으로 내려갔다. 이같은 투표양상은 일단 오전에는 한나라당의 이회창(이회창)후보에게 다소 유리하고 국민회의의 김대중(김대중)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다가 오후들어 호남지역 투표율의 상승으로 상황이 반전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서울지역 투표율이 14대 대선이나 15대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영남지역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겠다던 김대중후보에게는 불리하고 이회창후보에게는 다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지역 투표율은 14대 대선 때는 전국 평균치보다 0.5%가 낮았고 15대 총선에서는 2.9%가 낮았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오후 3시 현재 평균치보다 3.9%가 낮았다. 한편 부재자투표율은 당초 예상투표율인 95%를 넘어 97.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이회창 김대중후보간의 승부가 부재자표로 판가름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