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위기에 몰려 제기능을 못하고 부작용을 낳던 금융시장이 18일 대통령선거 이후에는 안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한국의 외화자금줄을 쥐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도 한국의 대선 결과와 대통령당선자의 행보를 지켜본 다음 대출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한마디로 폭풍전야와 같은 형국. 한때 1천7백원대까지 치솟던 원―달러환율이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 다시 튈지 불안의 연속이다. 특히 17일에는 심하게 출렁이면서 1백원 가까이 반등, 외환당국을 긴장시켰다. 시장여건상 환율이 다시 급등할 조짐은 많다. 우선 연말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이 자력으로 달러화를 빌릴 만한 여지는 여전히 좁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신규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금도 회수하고 있다』며 『국가신인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이 대출재개를 서두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당선자가 강한 추진력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모습을 과시하면 모를까, 만에 하나 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과 잡음이 표출되면 환율은 단숨에 2천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외환전문가들은 『1천4백∼1천5백원대에서 움직이다가 향후 정국추이에 따라 방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시장〓대선이후에도 고금리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이 시원스럽게 뚫린 상황도 아닌데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향후 방침도 불투명, 연 20%이상의 고금리구조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가 연 40%로 상향조정됐고 기업들은 19일 하루 동안 6천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해 장단기금리의 고공행진이 꺾일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주식시장〓87년과 92년 대선후 주가는 선거전의 불확실한 상황이 당선자 결정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모두 상승세를 탔다. 이번엔 우리 경제의 기초가 바닥을 드러낸데다 IMF자금차입에 따라 약세장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14개 종금사의 영업중지와 부실은행 폐쇄요구 등 지금까지 드러난 IMF의 간섭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상장사 연쇄부도로 증시는 침체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 이행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외국인 인수합병(M&A) 가능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강운·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