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골프영웅 「점보」오자키의 시대는 가는가.올들어 그의 「주가」는 급강하했다. 경기력 부진때문이 아니다. 올해 50세인 그는 올시즌 일본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상금왕(1백30만달러)을 차지했다. 지난해 통산 1백승을 돌파하는 등 일본골프의 자존심으로 추켜세워졌던 오자키가 일본팬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타이거 우즈(미국)의 출현때문. 일본의 골프팬들은 올시즌 안방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우즈의 엄청난 장타에 넋을 잃었다. 프로야구선수 출신인 오자키의 트레이드마크인 장타도 우즈에 비하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오자키의 「아킬레스건」은 프로생활 27년간 1백6승을 거두면서 단 한차례도 메이저타이틀을 따내지 못한 것. 그가 게리 플레이어(1백50승) 샘 스니드(1백35승) 아널드 파머(1백승) 등과 같은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 마스터스대회 당시 『나의 라이벌은 우즈밖에 없다』고 떠벌렸던 오자키는 우승자 우즈보다 30타나 뒤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올 US오픈에선 예선탈락했고 브리티시오픈에선 기권했다. 오자키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상습적인 「반칙성 플레이」때문. 그는 드라이버샷이 러프에 빠졌을때 항상 드라이버를 그대로 들고 볼이 떨어진 곳까지 걸어간다. 이는 라이를 고치기 위한 것. 오자키는 샷을 하기 편하게 볼 주위의 풀을 드라이버 헤드로 찍어누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지난 5월의 97주니치크라운 토너먼트대회. 홈무대의 오자키는 습관대로 드라이버로 라이를 고치다가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으로부터 『또 그러면 경기위원에게 알리겠다』는 경고를 들었다. 오자키는 지난 83년부터 「특수 드라이버」를 공급해준 「브리지스톤」과 올해를 마지막으로 결별한다. 「비밀병기」없는 오자키가 과연 예년과 같은 장타를 뿜어낼 수 있을 지 팬들은 궁금하다. 〈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