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대표하는 부자는 누구일까. 20세기의 신동 빌 게이츠나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펫?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80년대 부자의 대명사였던 사우디의 무기상 아드난 카쇼기나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갖고있던 신비스러움과 화려함을 발견할 수 없다. 카쇼기와 트럼프의 공통점 중 하나는 초호화 요트 「킹덤 5KR」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유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호화요트가 지금은 누구의 소유일까. 타임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알 왈리드 왕자(40)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만5천달러로 시작한 주식투자로 1백20억달러의 재산을 모은 천재적 기업사냥꾼이다. 지난 10월 한국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속에서도 대우 전체지분의 5.9%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사들여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그는 20일경 국내기업이나 은행의 지분참여 내지 인수를 타진하기 위해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지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그의 순위는 16위. 하지만 석유왕국을 물려받아 세계 5위의 부자로 뽑힌 그의 삼촌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달리 그는 비상한 투자감각 하나로 또다른 왕국을 건설했다. 사막의 모래바람속에서 컴퓨터와 인공위성을 통한 첨단통신망을 통해 그가 일군 왕국은 오락산업과 정보통신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왕국이기도 하다. 그가 대주주거나 단독소유하고 있는 업체는 포시즌 호텔체인과 파리의 조르주 5세, 뉴욕의 플라자 등 최고급 호텔과 플래닛 할리우드, 파리 디즈니월드 등 오락산업체가 수십개에 달한다. 사우디 왕자와 레바논 공주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의 먼로대와 시라큐스대에서 경영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베두윈족의 동물적 감각과 레바논상인의 협상술 그리고 미국적 합리주의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찬사를 듣고있다. 1억달러짜리 궁전과 3대의 대형항공기, 3백대의 자가용 그리고 아들과의 축구경기를 위해 18명의 전속팀과 개인축구장을 보유한 남자. 여기에 두번의 이혼경력을 갖고 있는 수줍은 미소의 독신자. 어쩌면 알 왈리드 왕자야말로 90년대의 가장 신비로운 억만장자일지도 모른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