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2동 「구암(龜岩)공원」은 올림픽대로를 건설하면서 한강의 일부분이 잘려나와 호수처럼 된 곳. 한강을 막아 만든 폐천부지인 이곳은 「동의보감」의저자 허준(許浚·1546∼1615)선생의 호를 따 이름을 지었다.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에는 경기 광주군에서 큰 홍수 때 떠내려왔다는 전설을 지닌 광주바위가 있고 한편에는 허준선생이 환자를 진료하는 인자한 모습을 담은 동상이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허준선생은 관직을 물러난 뒤 후세에 지침으로 남길 의학서를 저술하면서 임금의 건강에 언제나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도성에서 가까운데다 약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곳에서 생활했다. 양화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이곳에는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공암(孔岩)나루터」가 있었다. 또 서해에서 드나드는 크고 작은 배의 뱃사람들이 이곳에 이르러 잠시 노를 멈추고 경치를 감상할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했다. 지금은 강변둑 밖으로 밀려났으나 예전에는 양천 허씨(陽川 許氏)가 나왔다는 큰 구멍이 뚫린 공암과 광주바위가 가지런히 물에 잠겨 있었다. 높이 12m로 그리 높지 않은 광주바위는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장정 수십명이 들어갈 정도인 공암은 땅에 반쯤 묻혀 구암공원 바로 옆에 서 있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