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를 이 꼴로 만든 주요인으로 일곱번이나 경제부총리를 바꾼데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장관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할 일도 각기 다름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공보처장관을 제외하면 1년 안팎의 단명한 장관이 많다. 장관이 이렇게 자주 바뀐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독일의 경우 장관 수명은 대개 4년을 넘고 미국만 하더라도 정권이 들어서면 대통령과 장관은 한 팀이 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왜 우리는 장관을 자주 바꾸어야 했을까. 일만 터지면 모두 장관의 책임으로 돌려 그때마다 인책을 했다. 그래서 장관을 지낸 사람이 너무 많다. 이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연금이 보장된다. 엄청난 국고낭비가 아니고 뭔가. 나라가 잘 돌아가게 해야 할 지도자가 돌아가며 한 자리씩 마련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 현 정부가 논공행상식 인사를 했다 해도 그것을 부정하기는 어렵게 됐다. 장관이 부임하면 직원들 사이에 「6개월 정도는 연수기간」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그러면 남은 기간은 장관이 언제 바뀔지 눈치만 살피는 것이 지금까지 직원들의 태도가 아니고 뭘까. 환경문제로 환경부장관을 두번이나 면담한 적이 있다. 전임자가 이미 약속한 일을 후임자는 전혀 알지 못하니 교체된 장관을 다시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또 바뀌었으니 지쳐서 포기하고 말았다. 장관은 모든 부서 업무를 종합하고 비전을 제시하여 국정에 반영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앉을 수 없는 자리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소신을 펴려고 지시했던 일도 장관이 바뀌면 그날로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하니 그동안 우리 행정은 이런 식으로 처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제위기 원인이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당선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일만 터지면 장관을 바꾸어 해결하지 말자. 진정한 정치발전을 이룩하려면 대통령과 장관은 경기장에서 뛰는 감독과 선수처럼 한 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선거에서 그 팀이 얼마나 운영을 잘 했는가에 따라 지지를 받을 수도, 아니면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진정한 정치발전이 아니겠는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아픔을 감당해야 할 때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박시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