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생태학」 미래의 세계는 어떻게 올 것이며 이에 대한 우리의 이념적 대안은 무엇인가. 오늘날 생태학은 자연과학의 차원을 넘어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여성학 등 인문 사회과학 전분야에 걸쳐 점차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 이래 생물학이 이처럼 크게 인류 의식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기는 처음이리라. 생태학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관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생(相生)과 조화의 원리를 핵심으로 하는 생태학적 이념의 전지구적 호소력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서점가를 돌아보면 일반인을 위한 생태학 입문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도원교수의 「떠도는 생태학」은 바로 이 무렵 우리의 지적 갈등을 적시에 채워줄 것으로 기대되는, 그리하여 저자 자신의 욕심을 훨씬 상회하는 소임을 다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노작이다. 이교수의 책은 우선 여느 과학서처럼 난해하지가 않다. 「과학과 문학을 혼돈하는 위험한 수준」이라는 동료학자의 경고는 도리어 우리에겐 복음이다.자연과학적인 틀을 넘어서 여타 학문과 자유롭게 조우하고자 하는 이교수의 소망은 시와 소설과 실습 리포트가 그야말로 「생태학적」으로 어우러진 글쓰기로 나타난다. 실로 그는 생태학을 글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어휘와 개념들이 술술 풀려나가는 것이 경이롭다. 이교수는 생태학을 서양 과학의 한 분과로 규정짓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생태학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노장 도교적 관점에 기초해 있으며, 입론(立論)을 위해 조선시대의 환경 사료를 고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은 이 책의 무대가 우리의 산천이라는 사실이다. 외국을 사례로 한 그간의 책들로부터 생경함을 맛보았던 우리는 마치 중국의 산수화를 보다가 겸재 정선의 「진경(眞景)산수화」를 보는 것처럼 친근감을 느낀다.이러한의미에서 이책은 가히 진경 생태학의 현시(顯示)라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