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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고완석/대선관련 고소-고발 취하말라

입력 | 1997-12-24 19:41:00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서도 대선을 계기로 대화합이라는 이름의 훈풍이 불고 있다. 이는 새 정권을 맞이하는 우리에겐 중요한 화두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 부는 훈풍은 상쾌한 느낌보다는 뭔가 느끼한 냄새를 풍기는 면이 있어 유감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사면과 정당간 대선기간중 고소 고발을 취하하려는데 대한 건설적 비판이다.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생긴다. 일반인이나 중하위직 공직자는 기십만 기백만원의 부정이 드러나도 법의 심판에 따라 그에 합당한 형을 끝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여론이 잠잠해지면 집행유예 형집행정지 사면 등의 방법으로 풀려 나온다. 김영삼정부 초기에 파렴치한 부패공직자로서 법의 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원칙없는 사면 등의 조치로 석방됐다. 두 전직대통령의 석방은 이의 대미(大尾)처럼 보인다. 남보다 더 큰 소임을 맡았으면 그 책임도 더 커야 하는데 정부는 그런 소임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오히려 경감해주곤 했다. 이미 사면은 이뤄졌으니 어쩌나. 두 전직대통령은 말로만 국민에 대해 고맙다고 하거나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응당 밝혀야 할 부분은 밝히고 거기에 걸맞은 사죄를 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화합의 움직임이 있다. 정당간에 대선관련 고소 고발을 취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정당간의 야합인가. 대선관련 고소 고발은 정당이 한 행위지만 그것은 국민을 향해서 한 공시(公示)이기 때문에 이미 정당의 문제를 떠난 것이다. 국민은 그 공시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하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선거때마다 한편은 근거불명의 비방과 모략을 행하고 다른 한쪽은 결백을 주장하려는듯 고발해 놓고는 선거후 서로 아무 일 없었다는듯 봉합해 왔던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사회 전체에 불신을 확산시킨다. 또 국가부도에 대한 정책당국자의 책임을 밝히겠다는 정치권의 의지와도 모순된다. 지금 크고 작은 기업경영자가 경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판이다. 밑도 끝도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식의 허구에서 벗어나 국민의 감시 속에서 정치권에서부터 책임의 경중을 가리는 일이 국제신인도가 소중한 이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고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