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역력하다.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IMF구제금융의 한파때문에 흔들리는 학교가 한 둘이 아니라는 소식도 연말들어 부쩍 늘고 있다. 신입생들을 뽑으려고 대학마다 분주하기는 하지만 속이 타는 대학이 한 둘이 아닌가 보다. 물론 떠도는 소문이겠거니 하지만 대도시의 어떤 중급 크기 대학은 이미 사채업자의 농간에 놀아나 대학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정이 말라 교수들에게 벌써 몇달째 봉급도 주지 못하는 딱한 사정에 있다는 것이다. 조그만 지방의 어느 사립대학은 이제 거의 파산지경에 빠져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대학의 재단이 불황을 이기지 못해 부도를 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IMF구제금융 한파로 사채시장이 얼어붙자 재단의 운명이 걸려있던 주요 수익 사업체가 마침내 쓰러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급해도 신입생을 받는 입시철이기에 어떻게든 대학을 살리려는 모임이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것 같다. 교수회의도 열어보고 지역인사들의 모임으로 중지도 모아 보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성 싶다. 궁여지책으로 교수 일인당 천만원씩 융자를 받아 학교재단에 기부하자고 나서기는 했으나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일는지는 미지수이다. 여러가지 경우 수를 가늠하면 대학마저도 구제금융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안전지대는 아니다. 재단의 수익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는 사립대의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구제금융의 여파가 악화되면 대학가에서도 파산의 도미노 현상이 불처럼 번질 수 있다. 학생 등록금으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대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위기를 제대로 넘어갈 길이 대학에 있을 리 없다. 대학이 기업처럼 합리적인 경영에 앞서 있던 것도 아니고 보면 더욱더 그렇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대학을 살릴 수 있는 학교구제금융기금이 정부에 있을 리도 만무하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육 예산도 긴축 예산으로 다시 편성될 상황에서 대학이 손벌려 보았자 결과는 뻔하다. 대학이 살아 남으려면 우선 급한대로 기업의 방식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급료를 동결해야 할 것 같고 방만했던 구조도 조정해야 하며 불필요한 인력도 감축해야 한다. 대학개방은 물론이고 통폐합도 필요할 성 싶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협의기구들이 각 수준별로 대학의 도산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해놓지도 않고 신입생부터 무작정 뽑아 놓는다면 위험천만하다. 혹여 신입생 등록금을 받아 대학 파산의 숨통을 터 볼려는 계산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학생들에게 발목이나 더 잡힐 것이다. 신학기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재학생들부터 들고 일어설 것이 뻔하기에 그러는 것이다. 신학기 대학 캠퍼스는 이래저래 새로운 정부에 곤욕이나 안길 것이다. 바라건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새정부는 대학구제금고나 아니면 대학파산보험같은 것부터 설치하고 대학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한준상 (연세대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