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수 무한대의 한국. 경제의 위기야 지금 겉으로 드러나 그 해법을 모색중이지만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잠재위험이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핵, 핵무기다. 핵무기는 가공할만한 파괴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첫째, 핵무기에 대한 무지와 환상.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핵무기의 위험을 애써 외면한다. 핵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둘째, 핵무기에 대한 체념. 핵무기가 일단 만들어진 이상 그것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풉만措 체념이 팽배해 있다는 점도 핵위험의 하나. 셋째, 핵무기의 불확실성. 핵무기 보유량이나 보유국의 속셈 등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대처도 어렵고 예측도 어렵다. 넷째, 핵무기 자체의 딜레마. 핵무기 보유국이나 핵개발 기술자들은 그것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핵이 전쟁 억지력을 지니려면 언제나 사용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 100% 사용가능한 상태라는 것은 순간순간 핵무기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자칫 인류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섯째, 어느 순간이 핵무기를 사용해야만 할 시점인지, 어떻게 판단을 내릴 것인가. 핵은 최대한 사용이 억제되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사용될 것이다. 그 위급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여섯째, 합리적 공개적 의사결정이 거의 없다는 점. 핵무기 관련사항은 철저한 국가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일반 국민의 의사결정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잘못된 결과가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핵 위험은 이처럼 복잡다기하다. 서구에선 60년대부터 핵위험 극복을 위해 꾸준히 논의해왔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다. 관리와 통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정도뿐. 강성학 고려대교수는 철저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한반도의 핵문제는 남북간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쉽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결코 폐쇄적 국수적 감정적으로 행동해선 안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어떤 위기라도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극복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논리엔 강대국의 이권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체계적 합리적 민주적인 군관리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만 한반도의 군사주권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군사주권 없는 핵주권은 공허하고 군사주권은 군의 민주화 합리화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