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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슈퍼리그]『우승컵 향방 리베로 손에』

입력 | 1997-12-28 19:58:00


『조끼입은 저 선수는 왜 들락날락하지』 『야, 기막히게 잡아내는 구먼』 98한국배구슈퍼리그 삼성화재 대 현대자동차써비스의 개막전이 열린 27일 잠실학생체육관. 7천5백여명의 관중은 이번 대회에 첫선을 보인 「리베로(자유수비선수)」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2m대의 장신들 틈에서 곡예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어려운 볼을 잡아내거나 안정된 자세로 서브리시브를 하는 리베로가 관중의 눈길을 끈 것. 리베로는 순발력과 민첩성을 갖춘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센터나 레프트 등 장신의 공격전담 선수들이 포지션 이동으로 후위로 이동했을 때 이들과 교체 투입돼 서브리시브나 다이빙캐치 등 수비만을 전담하는 것. 리베로는 전위에서 공격을 하거나 서브를 넣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당초 전문가들은 『리베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리베로가 배구의 흐름을 뒤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리베로의 등장으로 서브에이스가 줄어들고 웬만한 강스파이크라도 블로킹에 한차례 걸리기만 하면 척척 걷어내기 때문에 랠리가 길어져 아기자기한 재미가 늘어난 반면 경기시간도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삼성 대 현대의 개막전 첫세트가 53분이나 걸린 것이 그 예. 53분은 역대 슈퍼리그 한세트 최장시간 기록. 국내 최초로 2m대 장신 시대를 열었던 이종경 경기대 교수는 『현역시절 서브리시브나 수비에 자신이 없어 후위로 이동할 때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고 실책도 많았다』며 『리베로제의 도입으로 공격 전담선수들은 아무런 부담없이 강타를 날릴 수 있어 경기의 흥미가 더욱 늘어났다』고 말했다. 삼성이 첫세트에서 6대13으로 뒤지다 뒤집은 이유가운데 하나도 리베로의 활약. 현대는 이호 한명만을 리베로로 기용해 세트가 갈수록 활약이 둔해진 반면 삼성은 차상현과 김구철 두명의 리베로를 교체 투입함으로써 안정된 수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에 따라 이번 슈퍼리그의 우승 향방은 리베로의 활약에 달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리베로들은 유니폼 위에 「L」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뛴다. 팬들은 『리베로의 유니폼을 화려한 색상으로 바꿔 눈에 띄게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