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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다큐멘터리 성공시대」/「상실」시대 화제작

입력 | 1997-12-29 20:20:00


평생을 바쳐 지켜온 소중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상실의 시대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퀭하게 뚫린 가슴을 메워줄 「무용담」을 듣고 싶어한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편을 첫회로 시작한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밤11.30)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8일에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대학총장의 자리에 오른 영동대 김재규총장(71)편을 방영했다. 머리도 평범했다는 그의 초등학교 졸업 성적표는 14명중 딱 7등. 여느 동창처럼 시골 농부가 된 그는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초등학교 교사의 깔끔한 양복과 가방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아내를 위해 도전을 결심한다.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인터뷰라는 형식에 도입된 드라마 형식은 프로의 주요 대목마다 재미를 불러들였다. 사실 「자존심을 버려라」 「돌아간다고 늦는 것은 아니다」 등 제작진이 제시한 김총장의 네가지 성공비결은 시중에 범람하는 처세술을 다룬 책들의 주요 목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드라마라는 「열린 공간」이 다소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웃음과 과장이 조금씩 곁들여진 드라마적 재미는 공감대를 넓혀줬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좌절의 깊이다. 지나치게 성공의 높이에 포커스를 맞춰온 이 프로의 시각은 감동과 재미를 주지만 결국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든다. 평범한 사람을 자처하는 김총장편에서도 몇차례 시험 실패 등 어려웠던 과정이 소개됐지만 아픔과 시련에 대한 심층적 취재는 부족했다. 결국 별 어려움 없이 성공한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로 변질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에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60분간의 「대리만족」을 느낀 뒤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