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투자가 곧 경제에 대한 투자」임을 역설했던 미테랑 전프랑스대통령의 말은 「문화산업이 21세기 국가기간산업」이라고 말한 우리 나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문화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미래산업으로서 문화의 부가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긴 말이다. 프랑스만큼 문화의 가치를 고부가가치의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해낸 나라도 드물다.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권력수반들이 경제논리의 잣대로만 국정을 예단하고 있을 때 미테랑은 문화논리로 국가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미테랑의 안목은 절대왕권시대의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대왕권치하에 프랑스의 권력자들은 회화 건축 음악 연극 등 순수예술분야에 엄청난 재화를 쏟아부었다. 그 바탕 위에서 그들은 수준높은 문화축적의 경험을 산업부문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패션산업 디자인 사진 영화 건축 음악부문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차지한 문화경제적 위상과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프랑스가 이들 산업을 통해 세계문화시장에서 환전해내는 재화의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문화발전이 곧 국가의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의 전환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 놓인 우리 나라와 같이 국가재정의 긴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는 문화산업화의 과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문화선진국의 초기 문화정책이 대부분 그랬듯 지금까지 우리 문화정책의 기조는 전통의 보존을 포함한 창작진흥과 취약한 문화기반시설 확충에 있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는 경쟁력있는 문화상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부는 아니지만 중앙과 지방에 확충해 놓은 문화공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공무원들의 자리나 제공해 주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공간 운영에 대한 관의 직접경영 방식은 문화상품의 원활한 유통을 통한 문화지표의 향상보다는 아무래도 문화복지에 입각한 서비스주의를 지향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긴축시대에는 맞지 않는 논리다. IMF체제는 싫든 좋든 우리 문화정책의 물줄기를 크게 바꾸어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그 첫번째 변화가 창작진흥 못지않게 경쟁력높은 문화상품을 지원해 이를 산업으로 육성해나가는 정책의 확대일 것이다. 또 투자규모가 엄청난 문화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보다는 내실있는 운영을 통해 경제효율을 높여나가는 정책으로의 궤도수정이 요구될 것으로 판단된다. 새정부의 앞으로의 정책과제는 이러한 문화시장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21세기 기간산업」으로서의 문화산업화를 더욱 앞당겨나가는 일이 아닐까 한다. 지금 세계가 문화로 뛰고 있다. 홍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