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 삼성 선경 등 주요재벌가(家)에서는 오히려 젊은 2,3세 ‘로열패밀리’가 전면에 떠올라 오너체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鄭相永) KCC그룹(옛 금강고려그룹) 회장은 2일 장남인 정몽진(鄭夢進·38)KCC싱가포르 사장을 그룹 총괄부회장에 겸직 발령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달 29일 정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정몽일(鄭夢一·39)종합금융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국회의원인 정몽준(鄭夢準)현대중공업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5형제가 모두 회장자리에 올랐으며 현대가(家) 4개그룹에서 30대 2세경영인이 4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삼성가(家)에서는 ‘재(在)’ 항렬 3세들이 대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제일제당그룹은 지난달 30일 이병철(李秉喆)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이재현(李在賢·38)부사장을 그룹부회장으로 승진시켰으며 새한그룹도 최근 이창업주의 2남 이창희(李昌熙)씨의 큰아들 재관(在寬·35)새한미디어사장을 미디어부문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창업주의 장녀 이인희(李仁熙)고문이 이끄는 한솔그룹도 조동혁(趙東赫·48) 동만(東晩·46) 동길(東吉·43) 3형제를 각각 금융 정보통신 제지부문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선경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최종현(崔鍾賢)그룹회장의 장남인 최태원(崔泰源·38)SK상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실상 후계구도를 완성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재벌개혁 요구로 재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지 모르나 재벌들이 현 경제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오너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