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위기를 맞고 있다. 빚으로 성장과 풍요를 즐기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비단 경제뿐만이 아니다. 의식과 생활자세에서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근대화의 기적을 이룬 값진 경험이 있다. 한국을 아는 세계적 지성인과 지한(知韓)파 인사들은 “한국인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쳐야 할 점도 많다고 충고한다. 새해 어려움을 맞고 있는 한국인에게 주는 그들의 고언(苦言)과 격려를 소개한다.》 “어떻게 성장해온 지난 50년인데….” 주한유엔사령관(82∼84년)을 지내 한국에도 이름이 익은 로버트 세네월드 전 육군대장은 전화인터뷰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육군중위로 한국전에 참전했고 79∼81년을 유엔사 작전참모로 근무하면서 10.26과 12.12,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도 지켜봤다. 그만큼 그는 한국이 전화(戰火)의 참상을 딛고 일어서온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 그는 “지금 한국의 상황과 앞으로 한국인들이 치러야 할 고통에 대해 슬픔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무엇을 고쳐야할지 충고도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한국은 얼마든지 이 위기를 넘어서 재도약할 수 있다”면서 “근면성과 집요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헌신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한국인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라며 대답을 대신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테일러 부소장은 자신이 32년생이라는 사실을 먼저 꺼냈다. 자신이 태어나기 3년 전인 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을 한국의 상황에 빗대 설명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수십만 에이커의 토지를 소유한 대부호였던 그의 집안도 32년 공황이 끝났을 때 아무것도 남아있는게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갑작스런 신뢰성의 위기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왔다는 것.그는 “한국이 바로 그렇다. 지금까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재벌위주로 성장해온 대가를 하루아침에 금융공황은 물론 심리적 공황을 통해 치르고 있다”며 “이제 한국은 정치민주화에 걸맞은 경제의 민주화와 사고(思考)의 선진화가 필요한 때”라고 전제하고 “절대 과장하는 것은 아니며 한국인은 충분히 다시 일어서 보다 확실한 바탕 위에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을 28번이나, 북한도 4번이나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다. 미 평화연구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역사 자체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해오는 과정이었다”면서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사에 도전극복의 새로운 장(章)을 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나 지난 수개월 동안의 어려움은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재벌과 정부를 분리시키는 일이 국제사회에서 신뢰회복의 첫째 관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위기를 가족주의적인 한국의 특성에 비유하면서 “사업하는 삼촌이 집안 전체를 거덜낸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다른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몰락하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임은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한(知韓)파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신뢰회복과 국제 사회의 복귀를 희망했다. 애틀랜타 에모리대 교수로 있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는 “한국인의 힘과 근면성을 믿기 때문에 한국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같은 가까운 우방국들이 한국을 돕는 것도 한국이 미국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한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니컬러스 플랫 회장도 “한국민은 실패해 주저앉기에는 너무 강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민족”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