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5년 교육개혁을 선포하고 일선 교육현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교육이라는 큰 틀을 짧은 시간에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같은 현실에서 지식 위주의 학교교육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이념을 추구하는 ‘대안(代案)교육 운동’이 교육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안교육(Alternative Education)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사회운동 차원에서 대안교육운동이 싹텄으나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고 전교조 파동을 계기로 기존의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실현 가능한 교육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현재 대안교육을 추구하는 대안학교는 정규학교 계절형학교 등을 포함해 20여 곳에 이르고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2월 중 대안교육협의회를 구성하려는 단계에 와 있다. 현재 대안학교에는 경남 거창고나 충남 천안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처럼 공교육제도 안에서 학교운영과 교육방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제도 속의 대안학교’, 보통학교와 다른 교육이념을 갖고 비정규학교로 운영되는 ‘제도 밖 대안학교’가 있다. 이밖에 방과후 교육, 또는 주말이나 방학 등을 이용해 학교가 해주지 못하는 자연실습 역사탐방 등 교육적 체험을 보충해주는 ‘보완적 대안학교’까지 대안학교의 형태는 다양하다. 대안학교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이 능동적으로 배우도록 유도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한편 채소를 직접 가꾸는 등 노작(勞作)교육을 통해 생명존중과 사회적 협동을 체험시키는 교육이념을 지향하고 있다. 또 대규모 학교보다는 ‘미니학교’로 운영, 개개인의 인격 존중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갖는 ‘생활 속의 교육’으로 인식시키려는 것이 특징이다. 대안교육은 이제 민간차원의 활동이 아니라 교육부도 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안교육과 같은 다양한 교육개선 노력이 활성화돼 공교육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취지에서 대안학교 중 올해 7곳을 정규학교로 인가하고 60억원의 예산을 지원, 시범학교로 운영할 방침이다. 대안학교는 1920년대를 전후해 획일적인 공교육제도를 탈피해 보자는 뜻에서 서구에서 탄생했다. 독일의 발도르프와 영국의 서머힐이 대표적 대안학교다. 1919년에 처음 설립된 발도르프학교는 교과서가 없고 학생은 수업을 듣고 싶을 때만 듣는 무한적인 자율성과 창의적 교육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6백여개의 대안학교가 생겨났다. 1970년대에는 발도르프보다 더 실험적인 ‘자유대안학교’도 등장했다. 영국에는 1921년에 세워진 서머힐과 함께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인 슈마허의 사상을 토대로 82년 설립된 ‘작은 학교’도 대안학교의 하나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자유학교 붐이 일어 미국 전역에 5백20개교가 활동 중인데 67년 개교한 ‘크롱라라학교’는 전교생 55명의 초미니학교로 무제한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