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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美보스턴大 김주환교수,김용철 작품세계 조명

입력 | 1998-01-04 20:29:00


이것도 미술인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관람객은 당황한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뭐가 있겠지. 막연한 기대감으로 자세히 들어다보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하얀벽 여기저기에 꽂혀있는 대나무젓가락. 거기에 매달린 정육면체. 투명한 낚싯줄로 만들어 잘 보이지 않는 이 육면체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항상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흥갤러리에서 전시를 마친 작가 김용철(32)의 개인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의 작품은 확실히 독특하다. 미술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의 전시공간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뭔가를 느끼고 생각한다. 무한함 순간성 우주 명상…. ‘보이지 않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흔들리는 나뭇잎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떨림, 깃털같이 가벼운 눈송이의 소리없는 부딪침…. 이같은 김용철의 특이한 작품세계가 금년도 동아일보신춘문예의 조명을 받았다. 김주환교수(미 보스턴대)가 쓴 미술평론당선작 ‘기호로서의 예술작품과 관객의 역할―김용철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김교수는 ‘감상’ ‘기호화’ ‘지각’이라는 3단계논리로 이를 풀어간다. “그의 작품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하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 하며 비물질적인 것을 물질을 통해 나타내려 한다. 침묵을 이야기하려 한다. 아니 침묵을 그저 중얼거리듯 속삭인다. 그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감상하기’와 ‘기호화하기’ ‘지각하기’라는 세가지 작업을 모두 충실히 수행해줄 것을 요구한다.” 평론은 “이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나아가 관객―작품―작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관람객의 움직임이 빈공간에 매달린 육면체의 흔들림에 작용하고 관람객이 이를 다시 감지하듯 관람객과 전시장은 바로 작품의 일부다. 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동을 들여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노동비효율적이고 비자본주의적이다. 김용철은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만든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품인가까지 정해준다. 액자의 의미는 액자 안만 작품이고 액자 밖은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그런 규격을 탈피하고 싶었다.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에 참여하고 또 그들 나름대로 작품의 범위를 정해 느끼게 하고 싶었다.” 홍익대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그의 작품도 처음에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청동 석고 철 용접을 이용한 대규모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미술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김주환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만났다. 김용철은 “내가 좋아서 변신을 시도했고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역시 적(敵)이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상식파괴는 전시회도록에서도 보인다. 사진도 약력도 없다.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