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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유네스코빌딩 사람들]『그래도 희망은 있다』

입력 | 1998-01-04 20:30:00


다양한 업종의 상인이 한데 모여 저마다의 일터를 일구어 가고 있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 빌딩.

10층 건물인 이곳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은 올해 어떤 전망과 기대를 안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올해로 입주 17년째인 지하 음식점. 서정윤(徐廷潤·45)지배인은 “금융가 직원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는데 금융권에 몰아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손님이 떨어질 것이 뻔해 올해 장사를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금융권의 한파는 입주 6년째인 1층의 꽃가게에도 똑같은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주인 김용근(金容瑾·27)씨는 “언제 정리해고당할지 모르는데 누가 꽃을 사겠느냐”며 울상이다. 경기의 흐름에 민감한 3층의 성형외과와 4층의 여성의류 생산업체, 5층의 안경점 역시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여 잡고 있다.

급전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했던 8층의 사채사무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심모씨(63)는 “대기업까지 도산하는 마당에 누가 사채를 빌려주려 하겠느냐”며 “지난달 이미 직원 2명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10층의 자동차 보험회사 대리점 황지곤(黃智坤·47)씨 역시 지난 연말부터 승용차를 팔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층의 한일은행과 7층의 한일증권 사무실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불안감속에서도 직원들 사이에 ‘하반기 회복론’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입주 10년째인 9층의 무역회사 홍진트레이닝 이주림(李柱林·36)과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하반기 회복론’을 펼쳤다. 그는 국가 신용도 회복으로환율이1천3백원수준을 유지한다면 하반기부터는 국제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출활성화로 충분히 위기를 돌파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현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