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15개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돼 금융산업 개혁의 제도적인 바탕이 마련됐다. 이날 국회는 그러나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인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늦춰 개혁방향에 역행했다.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2000년 1월1일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한다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별 논란없이 통과된 것. 결합재무제표는 계열사간 상호 지급보증 해소를 통해 재벌 소유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지적돼왔다. 결합재무제표 도입이 늦춰짐으로써 재벌들로서는 일단 ‘시간’을 벌게 됐다. 재벌들은 정부가 96년말 계열사 상호 지급보증을 줄이라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려 했을 때에도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결국 2001년말까지 상호 지급보증을 완전 해소한다는 방안은 재벌들의 로비와 이에 굴복한 재정경제원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현재 재벌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지만 여기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50% 이상 출자했거나 30%를 초과하는 지분으로 지배하는 회사로 제한돼 있다. 〈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