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엔 창문이 없다. 쇼핑하는 동안 바깥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하려는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설계다. 밖에 비나 눈이 오는 것을 보게 되면 자녀들 귀가 걱정, 집 베란다에 걸어둔 빨래 생각 등이 쇼핑에 방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상품이 초라해 보인다는 것도 창문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전모씨(33)는 며칠전 백화점에 갔다가 ‘새로운 발견’을 했다. 전씨는 1층 잡화매장에서 화장실을 찾아 다녔으나 1층 어디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2층이나 지하층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1층에 화장실이 없지.” 전씨는 나중에 다른 백화점 1층에도 하나같이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씨는 백화점 직원으로부터 이유를 듣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고객을 유인하는 백화점의 마케팅기법이라는 것이다. 행인 한명이라도 백화점은 고객으로 흡수하려고 한다. 1층엔 화장실을 안만들어 최소한 한개층이라도 더 둘러보게 한다. 일종의 견물생심(見物生心) 전략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