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를 맞는 서울 예술의 전당의 오페레타 ‘박쥐’(지난해 12월30일∼1월4일)는 전년에 비해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연자의 면면이 일부 바뀌었을 뿐, 무대나 연출 전반의 ‘거시적’인 면에서는 지난해 공연의 단순반복이라는 느낌이 앞섰다. 여러 무대장치의 동시설치와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장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막에서 넓고화려한무도회장면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1, 3막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좁은 무대에 그쳤다. 물론 풍족하지 못한 제작비가 이유. 그러나 외국 공연영상물에 눈이 길들여진 오페라팬들을 거듭 설득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가사 전달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예술의 전당측은 “번역이 잘 되면 가사자막이 없어도 알아듣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객석에서는 “가수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2막에서는 대사의 주고받기가 자주 끊기는 점이 노출됐다. 우리식의 번안을 덧붙여 대사를 길게 가져가야 ‘단답식’문답을 벗어나 극의 호흡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연극적인 면에서의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성악진의 열창은 공연의 수준을 훨씬 높여주었다. 로잘린데 역의 나경혜가 들려준 ‘차르다슈’의 강인한 중고(中高)음역 음색이나 아델레역 윤이나가 작년에 이어 거듭 선보인 경묘한 음성연기는 주인공의 성격을 단숨에 각인시켜 주었다. 교도소장 프랑크역의 원로 김원경은 상황에 따라 절묘하게 변화하는 목소리연기와 압도적인 성량으로 후배 성악가들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