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재벌개혁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당근’은 정리해고다. 이달중 임시국회를 소집해 그동안 사용자측의 애로였던 인원정리를 법제화함으로써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돕고 불필요한 인건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조정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M&A과정에서의 각종 제한을 완화하는 것도 김차기대통령이 고려하는 ‘선물’의 하나다. 그동안에는 기업을 사거나 팔려고 해도 부동산처분이나 주식소유변동에 따른 규제가 많았다. 지난해 12월24일 경제5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부당한 간섭도 없고 특혜도 없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기업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편을 들어주는 관행을 없애고 철저히 중립을 지킬테니 기업들은 정부 눈치 보지말고 소신껏 경영에 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이 자기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엔 강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김차기대통령 주변의 공통된 생각이다. 5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지시한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타율적 개혁’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재벌개혁은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공언했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그 추진 방식이나 내용은 집권자 특성에 따라 저마다 달랐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한마디로 ‘손 볼 기업은 손 보고 살릴 기업은 살린다’는 식이었다. 집권 7년간 무려 5차례에 걸쳐 부실기업 정리의 칼을 휘둘렀고 업종합리화니 중화학투자조정이니 하며 80개 기업을 24개 기업에 나누어줬다. 물론 인수기업에는 막대한 특혜금융을 줬다. 반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개별기업보다는 재계 전체에 대한 손질에 주력했다. 비업무용부동산을 팔라는 5.8조치나 그룹별로 전문업종을 선택하라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중간에 흐지부지됐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정경유착 근절과 시장경제 확립’을 강조했지만 겉으로만 그랬지 속으로는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 경우가 많았다.자신의 최대 업적이라는 금융실명제도 결국은 실패했다. 김차기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타율적 재벌개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차기대통령이 기업의 의욕을 높이면서 개혁작업도 병행하는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