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가장들의 어깨가 점점 처지는 요즘, 주부라고 집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쏘냐. ‘배구코트의 여장부’ 장윤희(27·LG정유)가 남편의 처진 어깨를 조금이라도 올려주기 위해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었다. LG정유 슈퍼리그 7연속 우승의 주역. 95배구슈퍼리그 최우수선수. 국가대표팀의 주포. 지난해 4월5일 태릉선수촌에서 사랑의 얘기를 나누던 사이클 대표 출신 이경환씨(28)와 백년가약을 맺은 뒤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했던 장윤희. 그가 신혼의 단꿈이 채 깨기도 전에 코트로 복귀한 이유는 오로지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기아자동차 사이클팀에서 뛰다 결혼 직전 은퇴,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이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로 접어들자 자주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 7월 코트에 복귀한 그는 처음에는 오산의 집에서 분당의 팀 숙소로 출퇴근했으나 지난달 27일 시작된 슈퍼리그를 앞두고서부터는 아예 후배 선수들과 같이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3개월만에 훈련을 다시 시작하니까 처음엔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남편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이를 악물고 볼을 두드리다보니 이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어요.” 장윤희는 LG정유의 왼쪽 주포로 팀이 6연승으로 여자부 1위를 달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신혼집을 비워둔 채 시댁에 묵고 있는 남편과는 요즘 매주 한번 정도 만난다. “힘내요. 앞으로 잘 될 거예요.” 장윤희는 오랜만에 만나는 남편에게도 이 말밖에는 할 줄 모른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