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해안을 돌면서 처음 보았던 미국은 그냥 사람 사는 곳만은 아니었다. 그곳은 내게 특별한 사람들만이 사는 곳으로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 반짝이던 수많은 불빛이 그랬다. 시간이 없어서 잠깐밖에 돌아보지 못했지만 바닷가의 낭만적이고 인형같은 집, 깨끗기만 한 도로, 언제나 친절하기만 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 와서 1년을 한참 넘긴 지금 내 눈에 와닿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환율폭등으로 우리 나라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 옛날 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몇년만 벌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고 하던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이제 막 이민을 온 멕시코인 베트남인 중국인들이 막일을 하면서 받는 보수는 70년대초 농장 막일을 할 때의 시간당 임금보다 실질적으로 내려갔단다. 저임금 소득자의 유입과 이들간의 일자리 경쟁은 가난한 사람의 노동에 더 낮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그래서 오늘날 미국의 이민정책은 저소득층보다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데 들이는 수천만달러의 경비를 줄이기 위해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건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곳에 와서 매일처럼 느끼는 것은 미국이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해서 잘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일상생활에서 확인되는 것도 이곳이야말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어느 사회보다 경쟁이 심하고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축적된 고등교육과 경험에 따른 전문지식이 있어야 주류 사회의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사회는 치열한 경쟁이 가장 자유롭게 조장되도록 유도하고 있고 이런 경쟁의 결과에는 공정하게 값이 매겨진다. 바로 이점이 이 사회의 모든 단위 자원을 대가가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우리 나라의 경쟁력 약화현상 역시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불로소득이 부자를 만들고 비합리적이거나 생산적이지 못한 경쟁이 사람들을 그냥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야말로 막대한 사회발전의 에너지를 낭비적으로 소모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최운식(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샌프란시스코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