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조직위원회가 지난해말 월드컵 개최도시 10곳을 확정했다. 도시선정평가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에 가까운 선택이었다고 여긴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미 합의를 본 마포 상암지구의 주경기장 건설을 꺼리고 있다. 서울시의 일부 관계자는 합의된 상암지구를 제쳐놓고 잠실구장이나 뚝섬 돔구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월드컵조직위는 이 두 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서울시에 통고했다. 이는 결코 번복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관람석과 구장의 거리가 너무 멀어 온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개막전과 준결승전을 치르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뚝섬 돔구장은 야구전용구장이라는 것이 구단 관계자나 관련 서류에 의해 밝혀졌다. 뚝섬야구장의 경우 부지매매 과정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월드컵 개최를 빌미로 내세웠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축구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월드컵유치위나 축구협회 등 그 어느 관계기관에서도 뚝섬야구장을 월드컵 경기에 사용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정한 바가 없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전 세계인이 지켜볼 월드컵 경기를 야구장에서, 그것도 임시로 잔디를 운반해 깐 뒤 치르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세계 축구애호인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서울은 우리 나라의 얼굴이다. 우리가 자랑스런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이 된 이상 훌륭한 주경기장을 서울에 마련, 많은 국가원수들을 맞이한 가운데 한민족의 저력을 과시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서울시는 하루 빨리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미 결정된 상암지구에 훌륭한 주경기장을 지어 국민을 안심시켜주기 바란다. 서울시가 재원문제를 거론하지만 다른 9개 도시는 결코 서울시보다 재정상태가 넉넉하지 못한데도 거의 자력으로 열과 성을 다해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에 잠실종합운동장보다 축구경기장으로서 훨씬 나은 올림픽주경기장이 있는데도 요코하마와 사이타마 2곳에 각각 1조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가며 주경기장 후보를 건축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월드컵 경기가 서울에서도 열리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만약 서울시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서울은 후보도시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김정남(대한축구협회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