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를 한뒤 바닥을 디디면 아직도 머리가 울린다. 이마부터 코끝까지 찌르르하다. 투구 모습의 코보호대. 쓰고 있으면 코뼈가 부러지지는 않지만 닿으면 아프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연습경기도중 팔꿈치에 맞아 한차례 내려앉았던 코를 11월 괌전지훈련도중 다시 다쳤다. 오전 2시 비행기로 귀국해 삼성의료원에서 재수술. 8주가 지난 뒤에야 볼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팀의 형편을 감안하면 쉴 수가 없다.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코가 막힌다. 입을 크게 벌려 보지만 뛰다보면 금세 숨이 턱에 찬다. 현주엽(23·고려대4년). 97∼98농구대잔치는 그의 대학시절을 마감하는 대회다. 93년 봄 입학후 첫 대회인 MBC배대회 결승에서 맞수 연세대를 꺾고 우승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 남짓이면 졸업. 지난 4년간 농구대잔치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기에 현주엽은 올 대회에 유달리 욕심을 낸다. 학교측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회출전을 고집한 것도 이때문이다. 11일엔 연세대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연세대는 결승전마다 맞붙었던 상대. 그러나 이번 대결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연세대는 현재 45연승. 국내기록인 고려대의 49연승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선배들이 쌓아놓은 금자탑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연세대의 독주를 막을 팀은 우리밖에 없지 않은가.” 주장인 현주엽은 동료나 후배들이 훈련에 지친 기색을 보일 때마다 이렇게 다그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하다. 연세대와의 경기는 서장훈과의 대결. 휘문고 1년 선배지만 미국으로 농구유학을 다녀오는 바람에 같은 학년. 고교시절엔 힘을 모아 휘문고 전성기를 일궜으나 대학에서는 라이벌. 서장훈이 2m7로 국내 최장신 센터지만 한번도 버겁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서장훈을 누르면 연세대를 꺾을 수 있다. 연세대를 누르면 농구대잔치 우승의 꿈이 이뤄진다.” 프로무대 스타등극의 꿈은 잠시 접어두었다. 지금은 아마추어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때다. 팬이 모두 떠난 썰렁한 코트. 현주엽은 인기의 덧없음을 안다. 매일 지겨울 정도로 쌓이던 팬레터. 그러나 8일 그는 단 두통의 팬레터를 받았다. “열심히 하다보면 다시 팬이 돌아오겠죠.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대학농구의 별 현주엽. 그는 분명히 성장했다. 〈최화경기자〉